일상생활 중 예기치 못한 시비에 휘말렸을 때, "먼저 맞았으니 나도 때려도 된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원의 판단은 냉혹합니다. 내가 먼저 공격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똑같이 폭력을 행사하면, 대부분 '정당방위'가 아닌 '쌍방폭행'으로 처리됩니다.
왜 법은 때린 사람뿐만 아니라 맞대응한 사람까지 처벌하는 걸까요? 정당방위와 쌍방폭행의 차이점, 그리고 먼저 맞았더라도 대응하면 안 되는 법적 이유를 완벽 정리해 드립니다.
1. 정당방위 vs 쌍방폭행, 한 끗 차이의 개념 정리
먼저 두 개념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 정당방위 (형법 제21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받지 않습니다.
- 쌍방폭행: 서로 공격할 의사를 가지고 싸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입니다. 누가 먼저 원인을 제공했는가와 상관없이, 두 사람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됩니다.
2. 먼저 맞았어도 '쌍방폭행'이 되는 결정적 이유
많은 사람이 억울해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상대가 먼저 때려서 방어 차원에서 때렸다"고 주장하지만,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방어'를 넘어선 '공격'으로 간주
법원은 정당방위를 '소극적인 방어'에 한정합니다. 상대의 주먹을 막거나, 뿌리치거나,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밀치는 정도는 방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를 똑같이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는 행위는 '방어'가 아니라 '새로운 공격'으로 봅니다.
② 싸움의 의사가 있는 '격투' 상황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서로 시비가 붙어 싸우는 과정(격투)에서는 어느 한쪽의 행위만을 떼어내어 정당방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싸움은 상호 간에 폭행을 주고받으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③ '현재의 침해' 종료 후의 보복
상대가 한 대 때리고 뒤로 물러났는데, 화가 나서 다시 달려가 때리는 행위는 '방위'가 아닌 '보복'입니다. 정당방위는 지금 당장 당하고 있는 공격을 멈추게 하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3. 한국 법원이 요구하는 정당방위 성립 요건 (5가지)
대한민국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찰청 훈령과 판례를 종합한 5가지 핵심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항목 | 세부 내용 |
|---|---|
| 방어 행위 | 상대의 공격을 막기 위한 목적이어야 하며, 공격적 의사가 없어야 함 |
| 비도발성 | 본인이 먼저 시비를 걸거나 폭력을 유도하지 않았어야 함 |
| 무선제공격 | 상대방보다 먼저 때리지 않았어야 함 |
| 상당성 | 방어의 정도가 상대가 가한 위해보다 지나치지 않아야 함 (과잉방위 금지) |
| 현재성 | 공격이 끝난 후 보복성으로 가해한 것이 아니어야 함 |
4. 쌍방폭행으로 입건되면 발생하는 불이익
"같이 벌금 내고 말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합니다.
- 형사 처벌: 폭행죄 인정 시 전과 기록이 남을 수 있으며, 최대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 민사상 손해배상: 치료비, 위자료 등을 서로 청구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더 많이 다친 쪽이 금전적으로 유리해지는 모순이 생깁니다.
- 사회적 불이익: 취업, 비자 발급, 공무원 임용 등에서 결격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5. 억울한 상황,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현명한 대처법은 '절대 맞서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 현장을 즉시 이탈: 싸움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자리를 피하십시오.
- 증거 확보: 주변 CCTV 확인, 목격자 연락처 확보, 스마트폰 녹음 등을 즉시 실행하세요.
- 소극적 방어만 수행: 팔로 막거나 몸을 웅크리는 등 최소한의 보호 행위만 하십시오.
- 경찰 신고: 즉시 112에 신고하여 본인이 '피해자'임을 먼저 확정 짓는 것이 유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