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배우자를 떠나보낸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법적인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라면 더욱 막막하실 텐데요.
우리나라 민법상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법은 남겨진 배우자의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해 '임차권 승계'라는 특별한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사실혼 배우자 사망 시, 전월세 보증금과 거주권을 지킬 수 있는 임차권 승계의 3가지 핵심 요건을 상세히 정리해 드립니다.
1. 사실혼 배우자, 상속권은 없어도 '거주권'은 있다?
일반적으로 임차인이 사망하면 그 권리와 의무는 상속인에게 승계됩니다. 하지만 사실혼 배우자는 민법상 상속인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는 집을 비워줘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는 사실혼 배우자의 임차권 승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임차인과 함께 살던 사실혼 배우자의 생활 안정을 돕기 위한 법적 장치입니다.
2. 반드시 알아야 할 임차권 승계 3가지 요건
임차권 승계는 자동으로 되는 것 같지만, 법에서 정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다음 세 가지 상황에 본인이 해당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① 임차인에게 상속인이 없는 경우
사망한 임차인(배우자)에게 부모님, 자녀 등 상속인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 그 주택에서 함께 살던 사실혼 배우자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단독으로 승계합니다. 보증금 반환 채권도 모두 배우자의 몫이 됩니다.
② 상속인이 있지만 함께 살지 않았던 경우
만약 사망한 배우자에게 자녀(상속인)가 있지만, 그 자녀가 해당 주택에서 함께 살고 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는 사실혼 배우자와 2촌 이내의 상속인이 공동으로 임차권을 승계합니다. (※ 주의: 보증금에 대한 권리도 상속인과 나누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③ 가정공동생활의 유지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사망 당시 '가정공동생활'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같아야 함은 물론, 실질적으로 혼인 의사를 가지고 경제적·정서적 공동체를 이루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상황별 승계 범위 한눈에 보기
| 구분 | 상속인이 있는 경우 (동거 X) | 상속인이 없는 경우 |
|---|---|---|
| 승계 주체 | 사실혼 배우자 + 2촌 이내 상속인 공동 | 사실혼 배우자 단독 승계 |
| 보증금 권리 | 공동 분배 | 단독 소유 |
| 거주 지속 | 가능 (상속인과 협의 필요) | 가능 |
4. 주의사항: 승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만약 해당 집의 월세가 너무 비싸거나, 보증금보다 빚(미납 임대료 등)이 더 많아 승계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임차인이 사망한 후 1개월 이내에 임대인(집주인)에게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 승계되지 않습니다.
이 기한을 놓치면 임차권이 자동으로 승계되어 임대료 납부 등의 의무를 지게 되니 주의해야 합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한 후, 집주인이 즉시 나가라고 합니다. 당장 나가야 하나요?
아니요, 당장 나가실 필요 없습니다. 법적으로 임차권 승계 요건을 갖추었다면 임대차 계약 기간 동안 거주할 권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집주인이 부당하게 퇴거를 강요할 경우 법적 대응이 가능하므로 전문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Q2. 사실혼 배우자 사망 전, 이미 계약 기간이 끝났다면 어떻게 되나요?
계약 기간이 종료되었더라도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임차인이 사망했다면, 그 보증금 반환 채권 역시 임차권 승계 절차에 따라 사실혼 배우자에게 승계됩니다.
Q3. 사실혼 관계임을 입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증거는 무엇인가요?
단순 동거와 사실혼을 구분하는 기준은 '주관적 혼인 의사'와 '객관적 혼인 실체'입니다. 결혼식 사진, 양가 경조사 참여 기록, 주민등록상 주소지 일치 여부, 그리고 서로를 '배우자'로 지칭하며 경제적 공동체로 생활했음을 보여주는 카드 명세서나 통장 내역 등이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Q4. 자녀가 있는 경우, 보증금은 어떻게 나누나요?
사망한 임차인의 자녀(2촌 이내 상속인)와 사실혼 배우자가 공동으로 승계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평등하게 권리를 가집니다. 다만, 구체적인 기여도나 상황에 따라 분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상속인과 원만한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한 준비
사실혼은 법적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실혼 관계였음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결혼식 사진, 청첩장
- 명절에 양가 가족 모임에 참석한 기록
- 생활비를 공동으로 관리한 통장 내역
- 주변 이웃들의 증언 등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독촉하거나 상속인들이 보증금을 가로채려 한다면, 당황하지 마시고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실혼 관계 확인 소송' 등을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사실혼 배우자도 법이 정한 요건만 갖춘다면 소중한 보금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